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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최은지의 커피브레이크] 매일 새롭게,내 인생의 향기를

완연한 가을이다.
바람은 불어오고 울긋불긋 물든 나무 사이로 낙엽은 떨어지고 있다.
벌써부터 코끝이 찡해져 온다. 그야말로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나는 계절이다.

뜨거운 커피를 마시게 되면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뜨거움에 묻혀 커피의 맛을 느낄 수 없다. 인간 혀의 미뢰 세포가 뜨거움 앞에서는 제 기능을 못하고 무기력해지니 당연한 일이다. 그래서 진정한 커피의 맛과 향은 식은 후에야(65-70도 정도) 제대로 느낄 수 있다. 커피가 식으면 커피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 본 맛을 느낄 수 있게 되기에, 무엇보다 좋은 재료(생두)를 써야만 한다. 묵은 맛, 덜 익은 맛, 풋내, 지푸라기 냄새 등 나쁜 성향들은 식으면 그대로 여과 없이 혀끝으로 느껴진다.

반면 좋은 재료를 쓴 커피는 과일처럼 새콤달콤한 맛, 풍부한 향, 깊고 진한 여운 등 각 산지별로 받고 자란 다른 태양빛과 그윽한 바람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향미에 더해진 깊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.

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어렵고 힘든 시기를 만나기 마련이다.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치 뜨거움으로 미뢰를 마비시키고 본 맛을 뒤로 감춘 듯했던 커피처럼 적당히 이성과 체면의 가면으로 자기를 잘 포장해 살던 사람들도 이 힘든 시기를 거치게 되면서 자기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다. 자신의 본성이기에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.

이기적인 성격, 탐욕스러움, 까다롭고, 욱하는 성격 등 닦여지지 않은 태고(太古)적 카인(Cain, 구약성경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살인자)의 성격들이 이성을 뚫고 고스란히 발현되는 것이다.

그런데 참 다행이다. 커피는 한번 볶으면 그 성질을 바꿀 수 없지만 우리 인생은 날마다 날마다 새롭게 볶아나갈 수 있다. 긍정적인 사고, 사랑하는 마음,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 등 인생의 로스터기로 조금씩 새롭게 만들어 가자.

매일 매일 내 삶을 돌아봄으로써 카인(Cain)보다 더 오래 전 창조주가 창조했을 때 인간으로서 ‘순수’를 찾아 가 보자.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변해있는 나의 향이 느껴지게 될 것이다. 그리고 마침내 기대해보자. 인생이 싸늘하게 식은 순간에조차 더욱 빛이 나게 될 나의 인생의 향기를….

– 커피컬럼니스트 ‘최은지'(ivy58@naver.com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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